뭐랄까, 태양 같았다. 이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태양을 본 게 언제였더라. 끝없는 어둠으로 뒤덮인 이계異界 보이드에서 다시 이 단어를 떠올릴 줄이야. 그녀는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. 찬란한 빛의 덩어리라니. 세계가 멸망하며 눈부시게 빛나던 그 하늘도 함께 죽어버린 자신의 고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단어였다. 그런데 빛이 사라진 세계에서 빛을 기억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던 걸까. 일만 년 하고도 그 이상. 정말 끔찍할 정도로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난연했던 그것은 저 하늘만큼이나 어둡고 공허한 자신의 기억 속 어딘가에 어렴풋이 빛나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. 그녀는 제게 질문하는 인간들을 차례로 바라보다가, 자신이 여자를 본 순간부터 머릿속을 휘젓던 짧고도..
Read more